필라델피아가 미국의 10대 대도시 가운데 빈곤율이 가장 높은 도시라는 불명예를 다시 안게 됐다. 지난해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빈곤율 1위 자리에서 벗어났지만, 최근 발표된 연방 센서스국(U.S. Census Bureau)의 통계에서 빈곤율이 다시 상승하면서 휴스턴을 제치고 1위로 돌아왔다. 미국 지역사회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의 2025년 자료에 따르면 필라델피아의 빈곤율은 20.4%로, 전년도 19.7%보다 0.7%포인트 높아졌다. 이는 필라델피아 시민 약 5명 중 1명이 연방정부가 정한 빈곤선 이하의 소득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의미다.
필라델피아의 빈곤율이 전년보다 높아진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당시 28.4%에 달했던 빈곤율은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24년에는 19.7%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휴스턴의 빈곤율이 17.7%로 낮아진 반면 필라델피아는 다시 20%를 넘어서면서 순위가 뒤바뀌었다. 다만 통계 전문가들은 전년 대비 상승폭이 표본조사 오차범위 안에 있어, 한 해의 변화보다는 최근 수년간 빈곤율이 20% 안팎에서 정체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주요 대도시와 비교해도 필라델피아의 빈곤 문제는 두드러진다. 2025년 기준 뉴욕시와 휴스턴의 빈곤율은 각각 17.7%로 필라델피아보다 2.7%포인트 낮았다. 시카고와 샌안토니오, 댈러스 등도 필라델피아보다 낮은 빈곤율을 기록했으며, 로스앤젤레스와 피닉스, 샌디에이고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미국 전체 평균 빈곤율은 11.8%로, 필라델피아는 전국 평균보다 8.6%포인트 높았다. 다만 이번 비교는 미국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10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전국 모든 도시 가운데 빈곤율이 가장 높다는 의미는 아니다.
빈곤율은 연방정부가 정한 가구 규모별 소득 기준을 바탕으로 산정된다. 특히 필라델피아에서는 최근 임대료와 식료품, 교통비, 공공요금 등 기본적인 생활비 부담이 커지면서 저소득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셰럴 파커(Cherelle Parker) 필라델피아 시장은 이번 통계에 대해 20.4%라는 빈곤율은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며, 모든 시민이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시정부는 주택 공급 확대와 주거비 부담 완화를 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으며, 약 8억 달러 규모의 주택 지원 정책인 ‘H.O.M.E.’ 프로그램 등도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필라델피아의 경제적 어려움을 보여주지만, 단순히 한 해의 빈곤율 변화만으로 지역경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퓨 자선신탁(Pew Charitable Trusts)의 케이티 마틴(Katie Martin)은 최근 3년간 필라델피아의 빈곤율이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식료품과 의료, 주거 관련 정부 지원이 축소될 경우 저소득층 가구의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지난 10여 년간 빈곤율을 상당 부분 낮췄지만, 여전히 미국 주요 대도시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빈곤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자리와 소득 증가뿐 아니라 안정적인 주거환경 확보, 교육과 직업훈련, 의료 및 생활 지원 확대 등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통계는 필라델피아가 도시 개발과 경제 성장을 이어가는 동시에 저소득층 주민들의 실질적인 생활 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를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