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내 집 마련이 더 이상 반드시 유리한 재테크 수단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왔다. 주택가격과 모기지 금리, 재산세 등 주택 소유에 따른 비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집을 구매하는 것보다 렌트로 거주하는 것이 장기간 경제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필라델피아 광역권에서는 주택 계약금을 마련하는 기간부터 실제 구매 후 렌트보다 경제적 이득을 얻기까지 약 18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주택 구매를 고민하는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 질로우(Zillow)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일반적인 가구가 주택 구매에 필요한 계약금을 모으고, 이후 집을 소유하는 것이 렌트보다 재정적으로 유리해지는 시점까지 걸리는 기간은 전국 평균 약 14.7년이다. 이는 중간소득 가구가 연소득의 10%를 저축해 일반적인 단독주택 가격의 20%에 해당하는 계약금을 마련하는 데 8.5년이 걸리고, 주택을 구매한 이후 렌트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해지기까지 추가로 6.2년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질로우는 주택가격과 모기지 이자, 재산세, 보험료, 유지보수비는 물론 계약금을 다른 곳에 투자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까지 고려해 분석했다.
필라델피아 광역권은 전국 평균보다 주택 구매의 경제적 부담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질로우에 따르면 필라델피아 지역의 일반적인 가구가 주택 계약금을 마련하는 데 약 8.3년이 필요하며, 이후 주택을 구매해 렌트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해지기까지 추가로 9.8년이 걸린다. 이를 합산한 기간은 약 18년으로, 전국 평균보다 3년 이상 길다. 다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생애 첫 주택을 구매할 경우에는 전체 기간이 약 7.9년으로 크게 줄어들 수 있어 주택의 규모와 가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월 주거비에서도 렌트와 주택 소유의 격차는 상당하다. 질로우의 2026년 8월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적인 월 렌트 비용은 1,948달러인 반면, 신규 주택 구매자의 모기지 원리금과 재산세, 보험료를 합친 월 부담액은 3,014달러로 집계됐다. 매달 1,066달러, 연간 1만2,792달러의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필라델피아 광역권에서는 이 격차가 더욱 컸다. 월평균 렌트 비용은 1,911달러였지만 주택 구매자의 월 부담액은 3,331달러로, 렌트가 매달 1,420달러, 연간 1만7,040달러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보다 큰 차이로, 필라델피아와 몽고메리카운티, 벅스카운티 등에서 주택 구매를 고려하는 가구들이 초기 비용뿐 아니라 장기적인 재정 부담까지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지역별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는 계약금 마련부터 주택 구매가 경제적으로 유리해지는 시점까지 무려 49.2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샌프란시스코는 46.9년, 샌디에이고는 40.4년, 로스앤젤레스는 37.7년에 달했다. 반면 테네시주 멤피스는 10.9년, 피츠버그는 11.1년, 디트로이트는 11.4년으로 상대적으로 짧았다. 질로우는 주택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계약금을 마련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높은 모기지 비용 때문에 구매 이후에도 렌트보다 경제적으로 유리해지는 시점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렌트 비용이 주택 구매 비용보다 낮은 상황에서 차액을 저축하거나 투자하는 것도 하나의 장기적인 자산 형성 방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질로우는 전국 평균으로 매년 절약할 수 있는 약 1만2,800달러를 투자할 경우 추가적인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택을 구매하지 않은 가구는 계약금으로 사용할 목돈까지 다른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투자수익은 보장되지 않으며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반대로 주택 소유자는 장기간 거주하면서 주택담보대출 원금을 상환하고 주택 가치가 상승할 경우 자산을 축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질로우의 경제학자 카라 응(Kara Ng)은 높은 주택가격이 계약금 마련의 장벽을 높이고 모기지 금리가 주택 소유 비용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 구매가 반드시 모든 사람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은 아니며, 렌트 역시 장기적인 재정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직장 이동 가능성이 높거나 향후 이사를 계획하는 가구라면 주택을 구매한 뒤 짧은 기간 안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거래비용과 이자 부담 등으로 손해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택 구매와 렌트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 판단할 때 단순히 월 모기지 납부액과 렌트비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계약금과 대출 이자, 재산세, 주택보험, 수리비, 매매 수수료 등 모든 비용을 고려하는 동시에 해당 주택에 얼마나 오래 거주할 계획인지도 중요하다. 특히 최근 주택가격이 꾸준히 상승한 필라델피아 교외지역에서는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장기적인 자산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기간 거주하거나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에는 렌트가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결국 내 집 마련 여부는 단순한 부동산 가격 전망보다 개인의 소득과 자산, 가족 계획, 거주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