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한화그룹이 인수한 필라델피아의 한화 필리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가 새로운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미 해군과 2억6,900만 달러 규모의 함정 건조 계약을 확보하면서 미국 조선·방위산업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화 필리조선소는 지난 11월 2일 김혁(Hyuk Kim) 전 한화시스템 스마트선박사업센터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한화그룹이 필리조선소를 기존 상업용 선박 중심에서 미 해군 함정까지 건조하는 군·민 겸용 조선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

김혁 신임 대표는 상선과 군함 건조 분야에서 25년 이상의 경력을 쌓은 조선 전문가로,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를 졸업한 뒤 대우조선해양과 한화오션에서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한화시스템 스마트선박사업센터장을 맡아 첨단 선박기술 관련 사업을 이끌었다. 그는 2024년 한화그룹의 필리조선소 인수 이후 사업 확장과 인력 충원을 주도했던 데이비드 김(David Kim) 전 대표의 뒤를 잇게 된다. 데이비드 김 전 대표 재임 기간 동안 필리조선소의 직원 수는 거의 두 배로 증가했으며, 신규 시설 투자와 사업 확장도 본격적으로 추진됐다. 김혁 대표는 앞으로 한화디펜스USA의 미국 조선사업을 총괄하는 톰 앤더슨(Tom Anderson) 사장의 지휘 아래 조선소 운영과 생산능력 확대를 책임질 예정이다.

새 대표 선임과 함께 발표된 미 해군 함정 건조 계약도 주목받고 있다. 한화디펜스USA(Hanwha Defense USA)는 지난 10월 29일 미국 해양서비스업체 토트 서비스(TOTE Services)와 협력해 미 해군과 해병대가 사용할 중형상륙함(LSM) 1척을 건조하는 2억6,9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에는 향후 3척을 추가로 건조할 수 있는 선택권도 포함돼 있다. 해당 함정은 병력과 장비, 보급품을 해안 및 도서 지역으로 수송하는 역할을 수행하며, 특히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 해병대의 작전 능력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다. 건조는 2027년 4분기에 시작될 예정이며, 첫 번째 함정은 2030년 인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수주는 한화가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이후 확보한 첫 미 해군 함정 건조 계약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 10월 27일 미국 방산 계열사인 한화디펜스USA가 필리조선소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지분 구조 개편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한화시스템이 조선소 지분 60%, 한화오션이 40%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한화시스템이 보유했던 지배지분을 한화디펜스USA가 주도하는 법인으로 이전하는 방식이다. 이는 미국 내 상업용 선박과 군함 건조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고, 향후 미 해군을 비롯한 연방정부의 함정 발주 사업에 적극 참여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필리조선소를 미국 조선산업의 핵심 생산시설로 육성하기 위해 총 5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연간 약 2척 수준인 선박 생산능력을 장기적으로 20척까지 확대하고, 최대 1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기존 약 110에이커 규모의 조선시설을 확장하고 새로운 생산설비와 첨단 건조시설을 도입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 9월에는 필라델피아 해군기지였던 네이비야드(Navy Yard) 내 약 47.5에이커의 부지를 추가로 임차했으며, 이곳에 선박 제작 및 조립시설과 창고 등을 포함한 약 47만5,000스퀘어피트 규모의 시설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네이비야드 내 약 6만5,000스퀘어피트의 사무실 공간도 확보해 관리 및 기술 인력 수용을 확대하고 있다.

이번 대규모 투자와 신규 계약은 필라델피아 지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소의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용접, 배관, 전기, 엔지니어링, 설계, 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력 수요가 늘어날 수 있으며, 선박 부품과 장비를 공급하는 협력업체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마련될 전망이다. 다만 최대 1만 명 고용과 연간 20척 생산은 장기적인 목표로, 실제 고용 규모와 투자 일정은 향후 추가 계약과 시설 확충 진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김혁 신임 대표는 필리조선소가 미국 조선산업을 부흥시키려는 한화그룹의 핵심 거점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 생산 효율성과 건조능력을 강화하고 상선과 군함 건조사업을 동시에 지원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의 한국 조선 기술과 미국 내 생산시설을 결합하는 이번 사업은 한미 양국의 조선·방산 협력을 확대하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2024년 1억 달러에 인수한 필리조선소가 불과 2년 만에 대규모 투자와 미 해군 함정 수주를 추진하는 핵심 시설로 성장하면서, 앞으로 필라델피아 지역의 제조업과 고용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